[농지연금 해지&리스크] ④ 농지연금 계약하면 농지를 마음대로 못 파나요?(담보 설정의 법적 한계와 처분 절차 정리)
농지연금은 고령의 농업인이 본인의 농지를 담보로 맡기고, 그에 대한 대가로 매달 일정 금액을 생활비 형태로 수령하는 제도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며, 고령 농업인의 노후 소득 안정을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 금융상품이다.
제도 자체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실용적이지만,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뒤따르곤 한다.
“혹시 이 농지를 나중에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을까?”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서 농지를 팔고 싶은데 가능한가?”
이러한 질문은 연금 수령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농지연금에 가입된 상태에서는 해당 농지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농지연금이 단순한 복지 제도가 아닌 ‘담보 계약’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담보 설정된 농지는 처분이 법적으로 제한된다
농지연금에 가입하면, 연금 수령자가 제공한 농지는 ‘담보물’로 간주된다. 이 담보 설정은 법적으로 ‘근저당권’이라는 이름으로 등기부등본에 기록되며, 이는 해당 농지를 매도하거나 증여, 양도하는 모든 행위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연금 수령 기간 동안에는 등기부등본상에 근저당권이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농지를 자유롭게 팔거나, 자녀에게 넘기거나, 임의로 증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공사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소유권을 이전하는 시도는 모두 ‘불법 처분’에 해당되며, 실제로 계약서에는 ‘담보물 임의처분 시 형사 조치 가능’이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형법상 처벌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결국, 연금을 계속 수령하면서는 해당 농지에 대한 어떤 거래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농지를 매각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들
그렇다면 계약자가 정말로 농지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면, 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에는 반드시 한국농어촌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해야 하며, 해지를 위해서는 정산금 납부, 담보 해제, 소유권 이전까지 포함된 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의사를 공사에 알리는 것이다. 계약자는 자신이 농지를 팔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공사 지역지사에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통보해야 하며, 이때 매각 사유와 예상 매매 금액, 잠재 매수인 정보 등을 간단히 전달하게 된다.
이후 공사에서는 지금까지 계약자가 받은 연금 총액과 이자, 감정비, 등기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정산금’을 산정한다. 이 금액은 계약자가 농지를 회복하거나 처분하려면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며, 일종의 위약금과 상환금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
정산금 납부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계약자가 직접 정산금 전액을 공사에 일시불로 납부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농지 매각 과정에서 매수인이 지불하는 금액 중 공사 측이 먼저 정산금을 차감한 후,
나머지 금액만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든 정산금이 모두 납부되어야만 공사는 담보 해지 절차에 들어간다.
담보 해지가 완료되면 비로소 해당 농지는 법적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상태가 되며, 이후에는 일반적인 매매와 동일하게 매수인에게 등기 이전을 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매각 절차의 흐름
실제 전북 김제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71세로, 약 1억 원 상당의 농지를 담보로 농지연금에 가입해 있었다.
그는 연금을 약 4년간 수령해왔으며, 누적 수령액은 약 4,000만 원 수준이었다.
자녀의 결혼자금과 병원비 등으로 목돈이 필요해지자, 김 씨는 해당 농지를 매각하고자 결심했다.
공사에 매각 의사를 밝힌 후, 정산금 산정을 거쳐 약 4,600만 원의 금액을 공사에 납부했고, 이후 담보가 해지되면서 농지를 원하는 매수인에게 정상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었다.
김 씨의 경우, 계약 해지와 정산금 납부를 선제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법적 문제 없이 매각을 완료할 수 있었으며, 이 경험은 농지연금 수령자들에게 중요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몰래 처분’은 가능하지 않고,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일부 사례에서는 연금 수령자가 공사와의 계약을 무시하고 자녀에게 몰래 증여하거나, 매수인과 비공식 약정을 맺어 매매를 시도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이며, 등기부등본상에 담보가 설정된 상태에서는 법적으로 소유권 이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이런 행위가 발각될 경우,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고발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공사 측은 이러한 사적 거래를 발견할 경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농지를 처분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공사와의 공식 절차를 통해 진행해야만 한다.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매수인, 자녀, 공사 모두에게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안은 없을까? 처분 없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농지를 팔지 않으면서도 일정 금액의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시인출형’이라는 수령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농지연금은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하는데, 그중 일시인출형은 연금 개시 시점에 일정 금액을 일시금으로 먼저 인출하고, 이후 잔여 금액은 매달 연금처럼 수령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1억 원 감정가의 농지를 담보로 설정했을 때 초기 1,000만 원을 먼저 수령하고, 나머지에 대해 월 40만 원 내외의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농지를 유지하면서도 목돈과 생활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매각보다는 일시인출형을 먼저 고려해보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나을 수도 있다.
농지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자녀에게 농지를 증여하고 싶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먼저 연금 계약을 해지하고, 정산금을 상환한 이후에 담보를 해제해야 한다.
그 이후에야 증여 절차가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는 별도로 증여세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무조건 증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세무 전문가와의 사전 상담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결론: 농지연금은 노후 안전망, 농지 처분은 전략적으로 접근하라
농지연금은 농지를 활용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제도다. 하지만 한 번 계약이 체결되면 해당 농지는 담보물로서 법적으로 ‘처분 불가’ 상태가 된다.
연금을 수령하는 동안에는 매각, 증여, 양도가 모두 제한되며, 처분을 원할 경우 반드시 정산 절차를 통해 담보를 해제한 이후에야 거래가 가능하다. 몰래 거래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법이며, 형사 책임까지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자산을 안전하게 처분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공사와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약 농지를 꼭 처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일시인출형 등의 연금 수령 방식을 활용해 목돈을 일부 확보하는 전략도 병행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후를 위한 제도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농지 처분은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법적으로 안전하게, 전략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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